얼마 전 고 재팬 유학원 원장님이 저희 사무실에 오셨어요.
원장님에게 우리 마루보다 한 살 어린 아들이 있으시답니다.
그래서인지, 느닷없이 제게 아들내미 보육원에 몇 시에 데려다주냐고 묻더군요. ㅋ
그래서 아침 7시 반에서 8시 사이에 데려다준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놀라시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 7시 반?????]
되려 반문을 하시네요. ㅋㅋㅋ
[네, 뭐 정확히 7시 반에 가는 게 아니라 8시 전에 보육원 도착하니까
7시 반에서 8시 사이에 보내는 거죠. ㅋ]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계속 놀라시며
그럼 저녁엔 몇 시에 데리러 가냐 시네요. ㅋ
저는 현재 1시간 단축근무 중이라서
오후 5시 퇴근을 하고 있어요.
(물론 이 기간 동안은 월급 삭감되었답니다. ㅠ)
5시에 일을 마치려 해도 좀처럼 5시 정각에 일이 끝나지 않는 게 다반사이기에
저희 사무실을 나서는 건 평균 5시 15분쯤이고
5시 30분이나 40분쯤 전차를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럼 우리 동네 도착하는 게 대략 6시 전, 후가 되고요.
저는 역 근처 슈퍼에서 그날, 그날 장을 보고
마루 보육원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면
대체로 6시쯤이고 좀 늦을 때는 6시 10분~ 20분쯤이에요.
그래서,
마루를 데리러 가는 시간은 6시 반 이전에 된다고 대답을 했더니,
또 엄청 오버하시며 놀라시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본 보육원은 정말 최고네!!!]
라고 하시는데, ㅋㅋㅋ
근데 뭐가 최고라는 건지,,, ᄏ 좀 의아했지만
금세 의문이 풀렸답니다. ㅋㅋ
세상에 한국엔 어린이집 등원이 9시 전, 후가 일반적이라고
(일찍 봐주는 곳도 있다고는 하는데, 이건 엄마가 알아봐야 하는 거라는 게 더 놀아움 ㅠㅠ)
아니 그럼 워킹맘들 출근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저는 이 얘기에 더 깜짝 놀랐더랬죠.
먼저, 일본에서 보육원이라는 곳은
일하는 엄마들을 대신해 아이를 맡아 주는 곳이에요.
(몸이 불편한 부모 자녀, 한 부모 자녀, 조부모 자녀 등등
아이를 온종일 돌볼 수 없는 가정의 아이들을 맡아 돌봐주는 기간인 거죠.)
그렇기에 보육원 입학 여부도 위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아이가 일 순위이고요.
아무래도 워킹맘의 자녀가 가장 많다 보니
당연 등원 시간도 7시부터이고, 하원 시간은 오후 8시까지입니다.
대신, 등원시간 7시에서 7시 반까지는 추가 금액 300엔(3천 원) 받고요.
하원 시간은 6시 반 이후부터 30분 단위로 추가 금액 300엔씩 받습니다.
추가 금액이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은 7:30~18:30이랍니다.
한 번도 일찍 왔다고 싫은 소리 들은 적 없고,
늦게 왔다고 싫은 소리 들은 적 없었습니다.
저는 이게 너무 당연하다 생각했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에 많이 놀랐어요.
마루네 보육원 시스템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아침 7시부터 9시까지는
0, 1살을 한 교실에서 맡고
2~3과, 4~5살을 한 교실에서 맡아요.
오전 9시면 모든 아이들의 등원이 끝난 시간이니
이때부터 각자의 교실로 흩어지는가 보더라고요.
그리고 하원이 시작되는 4시 반부터 아이들 수가 점점 줄어드니
5시 무렵부터 합반을 시작하더군요.
시간이 딱 정해진 건 아니지만
그날그날 아이들 수가 적으면 합반,
많으면 6시까지도 따로따로 각 반에서 놀고 있기도 하고요.
선생님들도 아침 출근조와 저녁 출근조로 나눠져있어서
아침에 보육원 들어가는 현관에
어떤 선생님이 아침 출근조 인지,
어떤 선생님이 저녁 출근조인지 알아보게 표시해 두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 마루는 토요일에도 보육원에 가고 있어요.
토요일은 온종일 합반이에요.
토요일은 아이들이 많이 모여봤자 20명 안팎이어서
연령 상관없이 합반이고,
(합반이라도 작은 아이들과 큰 아이들의 경계선은 있어요)
토요일 오시는 선생님은 시프트 제로 하는듯했어요.
어떤 날은 마루네 담임이 있기도 하다가, 어떤 날은 없기도 하더라고요.
토요일에도 저는 항상 똑같은 시간에 데리러 가기에 (오후 6시 무렵)
애들이 4~5명 정도만 남아 있거나
어떤 날은 마루 혼자 인날도 있지만 ㅠㅠ
단 한 번도 마루 혼자니까 빨리 데려가라는 연락은 없었어요.
제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들이
한국에선 그렇지 않다는 얘길 들으니
한국 워킹맘들이 정말 대단해 보이더라구요.
저는 시댁이 가까운 편이지만 신랑이 늦둥이라 어른들이 연로하세요.
아이를 봐주시기엔 너무 연로하셔서
시댁 어른 찬스는 애초부터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전 일본에 있으니
친정엄마 찬스 따윈 없지요.
돈을 엄청 많이 벌어서 시터를 쓸 수 있는 형편은 더더욱 아니고요. ㅋ;;
오로지 저와 신랑 둘이서 육아를 하고 있어요.
저는 정말 운 좋게도 구(区) 인가(認可) 보육원에 한 번에 입학이 되어
그리 애먹지 않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참, 한국은 아기들 식판을 가지고 다닌다는 얘기에도 조금 놀랍답니다. ㅠㅠ
워킹맘은 그 자체로도 너무 힘든데, 식판까지 닦아 보내야 하다니,,,
그리고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마루네 보육원엔 TV가 없어요.
마루는 7시 45분쯤 등원 후, 하원하는 저녁 6시까지
하루 종일 TV를 안 봐요. 아니 못 봐요. ㅋ;;
저는 이 또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한국 어린이집은 하원이 시작되는 4시 반부터
TV 틀어서 만화나 DVD를 본다는 얘기가 더 놀라웠어요.
만약 우리 마루가 한국에서 어린이집을 다닌다면
오후 4시 반부터 6시까지 한 시간 반 내리 TV만 본다는 얘기잖아요. ㅠㅠ
마루네 보육원도 하원은 오후 4시 반부터이지만,
하루의 모든 프로그램이 다 끝난 4시 반 이후부터 자유놀이를 한다고 해요.
책을 읽던,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춤을 추며 놀던~
정말 자유롭게 놀면 돼요.
마루를 데리러 가면 대체로 모든 아이들이 책을 읽고 앉아 있어서
한번 여쭤본 적이 있어요.
나 : 이 시간은 책 읽는 시간인가요?
선생님 : 자유놀이 시간이지만 엄마들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시간이기도 해서
아이들에게 차분히 책을 읽는 게 어떻겠냐고 권하고 있어요. ^^
ㅋㅋㅋ
한데 제가 마루 데리러 가면 우리 마루는 책 읽고 있는 모습보다
바닥에 뒹굴고 있거나, 혼자 창문에 매달려 있거나ㅋ
친구들이랑 기차놀이를 가장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도 가끔은 얌전히 앉아 책 읽는 시늉도 하지만요~ㅋㅋㅋ
여하튼 저는 보육원 덕을 참 많이 보고 있는 사람이에요. ^^
보육원에서 숟가락 쥐는 것부터 시작해서
최근엔 화장실 훈련까지 열심히 해 주셔서 참 고맙지요.
거기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군소리 없이 우리 마루 봐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일이 늦는 날엔 오후 5시까지만 연락을 하면 저녁밥도 신청이 가능해서
스케불 상황 봐가며 저녁밥 찬스도 가끔 이용하고 있어요.(저녁밥값 350엔)
좋은 보육원에 마루를 맡기게 되어 정말 정말 다행인거죠.
^^
요즘은 보육원에서 달팽이 손놀이를 배워와서
엄마 아빠 앞에서 달팽이를 만들어 보이는 마루!!
*^^*
아빠 달팽이, 아기 달팽이.
제가 정보 부족으로, 몇몇 지인에게 건네 들은 이야기를
한국의 전체 어린이집이 [그렇다 카더라]라는 식의 글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이미 올려진 글을 내리진 않을게요.
일본보다 더 좋은 시설과 시스템으로
우리 아기들 사랑으로 보살피고 있는 많은 한국의 어린이집이 있다는 거에 감동입니다.
제가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은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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